토론토 생활 오십일째 _ 2010년 1월 7일 목요일 _ 첫수업 생각만큼 안들리고, 기대보단 안쫄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애커 선생님처럼 좋은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다. 65세 정도 쯤 됐을 때의 롤모델이 생겼다는 건 나에겐 정말 큰 행운. 과연 12주 간의 수업을 서바이브할 수 있을까 지금도 실은 의심스럽기만 하지만, 수업 마치고 애커 선생님에게 한 말 처럼, I will try this. _ 오십일 토론토 도착한 그 날, 캐나다에서 지낼 날짜를 꼽아보니 딱 220일이었다. 그 첫날, 여기서 지내는 220일 동안 매일 일기 쓰기, 영어 공부 하기, 아침 기도 하기, 운동하기를 다짐했다. 오늘로 딱 오십일이 지났다. 영어 공부와 운동은 빠지는 ..
토론토 생활 사십구일째 _ 2010년 1월 6일 수요일 오늘은 종일 영어 책 읽고 영어 작문하고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하고 나는 왜 영어를 잘 못할까 상심했다. 그러면서 후덜덜 내일 청강 수업 첫시간을 두려워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마주친 구절, 내가 대학에서 만난 남자 교수들은 종종 학생들과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그에 대해 설명하거나 사과하지도 않으며, 그들의 교육과정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 성질을 낸다. 그들은 학생들의 어떤 질문에도 토론하거나 대답할 시간이 없다고 표방하거나, 그것들에 관심 없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한다. (남자 교수들의) 이런 행동들은 아카데미 안에서 숨겨진 권력 남용의 예들이다. - Murray (2008), Bridging the Gap in Whose University ..
토론토 생활 사십팔일째 _ 2010년 1월 5일 화요일 _ 오늘따라 하교길 지하철이 붐볐다. 아마 사고가 난 듯, 운행 시각이 불규칙했나 보다. 사람들로 꽉찬 지하철 안은 마치 서울 같다. 간만에 사람들에 치이는 느낌, 오랫만이라도 좋지 않다. 그렇게 사람많은 지하철 한 좌석 앞에 까맣고 곱슬곱슬한 털을 가진 긴 다리의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앉아있는 주인 다리 옆에 얌전히 딱 붙어앉아 있는 모양이 일찍 철든 맏이 같다. 그러고 보니 개의 주인은 인도 여자인 것 같은데, 맹인이었다. 듬직해 보이던 그 개는 맹인 안내견이었던 것이다. 마침 나와 같은 역에서 내리길래, 개와 개주인을 살살 뒤따랐다.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보고 개가 올라가려고 하자 퇴근길인 것 같은 한 젊은 남자가 그쪽으로 가면 안된다고 계..
토론토 생활 사십칠일째 _ 2010년 1월 4일 월요일 1. 개강날.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이 무지막지하게 컸지만 부러 일찍 서둘러 동동 싸매고 추운 날씨를 뚫고 등교. 2. 점심 도시락과 커피를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OISE 까페엔 커피 준비 안됐고, 학교 옆 팀 호튼(Tim Hortons) 까페는 만원이라 늘어선 줄이 까페 밖까지 나와있더라. 줄서서 기다리다간 동태될 것 같아 커피 없이 샌드위치 먹었는데 오늘따라 빵이 엄청 퍽퍽. 목 맥혀서 겨우 먹었음. 3. 청강하는 수업이 월요일 오후라던 양은 수업 후 만났더니 전혀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것 같은 표정. 영어가 잘 들리지도 않고 영어로 쉽게 표현도 잘못하는 상태에서 세시간 수업을 견딘다는 것.... 곧 나의 현실로 닥쳐올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벌써부터..
국어 사전을 찾아보니 모의(謀議)의 뜻이 이렇다. 첫째, 어떤 일을 꾀하고 의논함. 둘째,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그 실행 방법을 의논함. 또는 그런 일. 모의, 라는 걸 해본 지 너무 오래됐다는 생각을 하던 끝에, 이렇게, 사전을 찾아 말의 뜻을 살펴본다. 운동을 할 때도, 공부를 할 때도, 내가 참 재미나다고 느끼던 순간은 몇 사람이 모여서 뭔가를 모의할 때였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의견을 내고 사람들을 모을 때도 있었고, 다른 사람의 제안에 참여했던 적도 있었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디어만 가지고 모여서, 머리 맞대고 그걸 발전시키고 눈덩이처럼 굴려 물질적인 조건들을 마련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고 배치해서, 디-데이에 짠, 하고 성과를 내는 과정. 그 과정에 매료돼서 힘든..
토론토 생활 사십육일째 _ 2010년 1월 3일 일요일 오늘은 어제보다 더 추운 듯. 종일 밖에 안나가고 청소, 빨래, 문풍지 붙이기, 법문 보기, 한해 계획 세우기 등 제법 '건설적인' 노동들을 하며 보냈다. 창밖은 종일 눈보라 때문에 나뭇가지들이 마구 흔들린다. 내려다보니 거리에 사람이 없다. 지금 이 시간 서울은 새해 첫 월요일을 맞아 폭설로 출근길이 난리라고 하는데, 여기도 내일 아침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내일, 토론토 대학과 온타리오 교육연구소는 새학기 개강이다. 겨울이 워낙 추운 이 곳에선 겨울방학을 오히려 짧게 준다고 한다. 여름에 몰아서 많이 놀러 다니라고.ㅎ 정식 학생도 아니고, 고작 한 과목 청강 하면서, 벌써부터 내일 개강 맞는 마음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가볍게,..
토론토 생활 사십오일째 _ 2009년 1월 2일 토요일 토론토에 추위 경보(Cold Alert)가 내려졌다. 기온은 영하 십칠도, 체감 온도(Wind Chill)는 영하 이십오도. 뉴스에선 되도록이면 집에 머물라 했지만, 혹한기 체험하는 기분으로, 도서관에 갔다. 내복과 캐시미어 가디건, 코듀로이 바지, 무스탕 코트와 털모자, 장갑에 마스크까지 했지만, 게다가 햇살 내리쬐는 한낮이었지만, 아, 추웠다. 토론토 위도가 만주 벌판이랑 비슷하단다. 그동안 여기 날씨치곤 좀 덜 추웠다고 하던데, 새해가 되자 마자 토론토다운 추위로 돌아온 셈. 꼽아보니, 여기 온지 사십오일이 됐다. 벌써 오분의 일 정도가 지나갔다. 한달 쯤 됐을 때, 돌아보니 한 석달은 지난 것 같았는데, 지금은 시간이 어느새 그렇게 갔나 싶다..
토론토 생활 사십사일째 _ 2010년 1월 1일 금요일 지난 가을, 미리 사뒀던, 짐가방 깊은 곳에 실려서 나와 함께 여기까지 온 이천십년 수첩. 오늘 처음 꺼냈다. 새해첫날과 어울리는 짙푸른색 표지. 지난 한해 동안, 해야할 일과 하고싶은 일, 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던 일들이 가득 담긴 낡은 헌 수첩은, 오늘 새수첩에 옮겨적어야할 몇 가지를 마지막으로 안녕. 새수첩에 내 이름을 쓰고 그 빳빳한 페이지들을 넘기는 기분으로 이천십년 한 해의 하루 하루 매 순간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어서 좋고,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이 부족하지 않아서 좋고, 붉은 끈으로 연결된 소중한 인연들이 있어서 좋고, 보내온 어제들과 깨어있는 오늘, 그리고 다가올 내일들이 있어서 좋다. 그물에 걸리..
By educating a girl to just a fifth-grade level, it reduces infant mortality and the population explosion and improves the basic quality of life, he explained. Plus, educated mothers — whose opinion carries significant weight in those cultures — can dissuade their sons from joining terrorist groups, Mortenson said. - Three Cups of Tea 저자 Greg Mortenson의 강연 관련 기사) (http://www.deseretnews.com/arti..
토론토생활 사십삼일째 _ 2009년 12월 31일 아침 열시쯤 늦잠 자고 일어나는데, 벌써 이천십년으로 넘어간 서울에서 전화가 왔다. 이천구년의 마지막날, 새해가 시작되는 데에도 이렇게 시차가 있구나, 하고 시작한다. 늦은 아침을 해먹고, '도서관 노는 날이 곧 나의 휴일이다' 하고 생각한 데로, 느즈막히 그리고 느리게 낮 시간을 보냈다. 천천히 오래오래 샤워도 하고 미뤄뒀던 빨래도 하고 어제까지 구름끼어있던 기분도 씻어내고. 늦은 오후엔 옷 챙겨입고 사촌 동생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토론토엔 온갖 나라의 음식들이 다 있는데, 그 중 흔한 게 타이 음식이다. 그 흔하디 흔한 타이 음식점 가서, 와인도 한잔씩 하며, 제법 사치스러운 저녁 식사를 했다. 자리를 옮겨 차도 한잔씩 하고 동생..
- Total
- Today
- Yesterday
- 봄비
- 영어
- 켄싱턴 마켓
- 열등감
- UofT
- 봄
- 선련사
- 기억
- 가을
- 교육대학교
- CWSE
- 인도
- 토론토
- OISE
- Kensington Market
- 일기
- 일다
- 토론토의 겨울
- 인터뷰
- 엄마
- 졸업
- 논문
- Toronto
- 맥주
- 여행
- 일상
- 박완서
- 감기
- 교육사회학
- 아침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