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빵을 사왔다. 어제까지 쉼없이 일정들이 있었고 내일도 다음주도 해야할 일들이 있지만 사람 없고 차도 없고 날은 선선한 아침 공기와 한 번씩 밟을 때마다 정직하게 나아가는 자전거가 좋았다. 적당히 피곤한 내 몸도, 마음의 속도를 늦추려고 앴는 나도 오랫만에 마음에 들었다. 위태로움 불안 불만족 피로감 두려움 ... 같은 감정들이 나를 지배할 때 그걸 지켜보고 비켜서는 연습을 조금 더 해봐야겠다. 뭔가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나를 위해서. 애쓰지 않아도 들꽃은 피고 나는 지금 이대로 참 괜찮아. 사십대의 한 중간을 통과하는 지금. 고마운 것들을 매일 새기며 한 발짝씩 그냥 디뎌보는 거.
미칠 듯이 힘든 와중에 오래 전에 쓰였지만 또 회자되고 있는 정희진 선생님의 칼럼을 읽고 정신이 조금 차려지네. http://m.hani.co.kr/column/588955.html?_fr=fb#cb "일상의 소소한 좌절" 선생님의 이 표현이 나에게 위안과 깨달음을 준다. 나 지금 왜 힘들어? 묻게 된다. 특권을 당연시 하는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배워가는 과정. 내가 독점하고 싶은 것, 얻고싶은 환타지는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 아름다운 걸 보고 좋은 일들을 해야겠다. 나에게 해가 되는 게 뭔지 똑바로 봐야해.
육아휴직 이일차. 삼십일일 중 이틀이 지나간다. 오늘은 조금 우울해진 나를 만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의 세계에서 비켜나있다는 게 뒤쳐질 것 같은 불안을 가져다준다는 걸 새삼 알았고. 내 마음과 생각은 오래된 습관에 따라 자꾸만 해야할 일들을 떠올린다. 나도 모르게 좋은 엄마 노릇, 질 높은 집안일을 추구하고 있다. 모두 나를 괴롭히는 나의 습관. 브레네 브라운의 테드를 들었고 나에게 내 몸은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했고 더 느리게 지내보기로 마음을 환기시킨다. 읽고 싶은 책이 생겼고 쓰고 싶은 글도 떠오른다. 뛰지 말고 걸어보자. 저속의 생활. 요게 이번 휴직의 모토. 잊지마.
(생각해보니 파장동 집의 시그니쳐 풍경은 바로 이것. 근사했던 부엌창 풍경. 벌써 그립네. - 이사 담날 새벽 덧붙임) 2년 3개월 살았던 집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는 날. 새벽 네시쯤 일어나 연구보고서 쓰다가 다섯시 반부터 집정리하고 씻고 버리고 하다보니 이삿짐 옮겨주시는 분들이 들이닥쳤다. (들이닥쳤다고 쓰는 건, 그분들이 진짜 그랬다기보다는 내 느낌이.) 오래 살지 않았지만 거기 사는 내내 진하게 힘들었기 때문인가... 왠지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집에 들어오는 아침볕이라도 한 장 사진으로 남겨둘 껄. 이제는 새 집에 헌 짐 들이는 중. 서운함 가운데 설레임도 있네.
미세먼지 농도가 며칠 높더니 목이 아프다. 간밤에 목이 아파 잠이 깨어 티셔츠를 하나 더 입고 프로폴리스를 뿌리고 양말을 신고 다시 잠들었다. 출근 걱정 않고 일단은 푹 자자 하며 잠드는 순간이 좋았다. 토요일에 아파서 다행이라는 안도감. 지난주 청재설헌 정원에서 (몰래) 주워온 유자 5개를 잘라 유자청을 만들었다.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은 몇주 전부터 계속 꽃을 피운다. 추워서 집안에 들여놓은 러브체인은 초록잎이 자꾸 돋고 자라는 중이다. 아기 구피들도 잘 자라고. 올해 여덟살이 된 아이에게는 여전히 달고 고소한 냄새가 난다. 제주에 귀농해서 재배한 당근을 한 박스 주문했는데 참 달아서 하루 한 개는 꼭 먹게 된다. 자연에서 온 순하고 어리고 여린 것들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이런 것들에 의지하며 살게 ..
겉으로 보면 그들이 나에게 패악을 부리고 나를 괴롭힌 거지만, 실제로 나는 그들에 비하면 힘이 있는 사람이다. 그걸 오늘 새벽에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나에게 그것도 일종의 협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강자인 나는 그들의 요구와 태도와 폭력적인 언행을 참아야하나. 다 받아줘야 하나. 그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인가. 잘 모르겠다. ------------------------------------------------------------------------ 푸른 들판에 살고 있는 푸른 작은 벌레 바지에 묻어온 벌레를 털어내었다 언젠가 누군가를 이렇게 털어낸 적이 있었다 털리면서도 나의 바짓단을 누간가는 무작정 붙잡았다 나는 더 모질게 털어내었다 서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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