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생활 십구일째 _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서울에서 다니던 학교에선 개강과 종강 시즌에 저녁 식사 모임을 하곤 했다. 우리 전공에서는 보통 돼지 삼겹살 파는 식당을 예약해서 저녁 식사를 함께 먹고 2차는 맥주집, 3차는 노래방, 4차는 소주집, 5차는 양주집 (3차부터는 옵션. 근래엔 2차 혹은 3차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뭐 이런 식으로 저녁+밤을 음식과 술로 채우곤 했었다. 여기선 개강은 잘 모르겠고, 종강 시즌엔 전공이나 센터별로 포트락(pot-luck) 파티를 한다. 오늘은 내가 속해있는 센터(CWSE: 교육에서의 여성연구 센터)와 양이 초대받은 CIDEC(비교 국제 발전교육 센터)의 포트락 파티가 있었다. 우린 파트너를 데리고 와도 된다는 초청장을 받고 두 센터의 종강..
토론토 생활 십팔일째 _ 2009년 12월 6일 일요일 지난 금요일 오후엔 캐나다 정부가 지정한 '기억의 날' 행사에 다녀왔다. 1989년 12월 6일, 몬트리올의 기술학교에 무장 강도가 나타났다. 그는 교실에 들어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여 세운 뒤에 여성들만 한 사람씩 14명의 여성들을 쏘아 죽였다. 살인의 이유는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 '몬트리올 학살'로 알려진 이 살인 사건이 있었던 이 날은, 그 후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기억의 날이 되었다. 12월 6일, 기억의 날(Day for Remembering) 2009년 12월 6일은 몬트리올 에콜 폴리테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몬트리올 학살로 알려져있는 이 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국가적 노력의..
토론토 생활 십칠일째 _ 2009년 12월 5일 토요일 처음 여기 와선 먹는 것 자는 것 다니는 것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온 에너지가 다 들어갔는데, 이젠 쉬는 것과 노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니, 이곳에 제법 익숙해졌구나 싶다. 뭘 하면서 놀아볼까, 고민하다가... '세인트 로렌스 마켓(St. Lawrence Market)'에 다녀왔다. 이 시장은 옛 토론토 시청이었던 큰 건물인데, 1층과 지하에 온통 고기와 생선, 치즈, 올리브, 빵, 야채, 과일, 향신료, 잼 등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차있다. 아직 요리다운 요리를 안해먹어봐서 잘은 모르지만, 도심에 있는 마트들에 비해 식재료가 신선하고 다양하고 값이 싼 것 같았다. 그리고 치즈나 올리브, 각종 햄들은 한국에서 잘 못보던 거라 신기하기도..
토론토 생활 십육일째 _ 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어느새 금요일. 확실히 지난주보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매일 학교와 집을 오가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마음의 상태와 몸의 컨디션은 날씨가 변하듯 들쑥날쑥하다. 어떤 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아가 작아졌다가, 또 어떤 땐 가슴과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걷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자꾸, 서울에서의 나,를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어제 떠올린 질문은 이런 것이다. "서울에서 나는 언제 즐거웠지? 뭘 하면서 놀았지? 어디서 쉬었지?" 맛있는 것 먹고,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고, 여자 친구들을 만나면서 즐거워했고, 술집이나 쇼핑 센터나 집의 티비 앞에서 쉬었던 것 같다. 불자가 된 후로는 법당에 가서 교리나 법문 들으며 즐거웠고, 대구 내..
토론토 생활 십오일째 _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매일 아침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옷도 몇 가지 없지만, 날씨에 따라 입을 것의 두께를 결정해야하니깐. 오늘은 -1도에서 6도라는데, 안에 얇은 옷을 입었기 때문에 겉엔 긴 패딩코드 입고 머플러를 둘렀다. 내복이나 털모자, 토끼털 목도리, 무스탕 등 더 강력한 방한 복장들이 있지만 아직은 킵 해둔다. 영하 십도 이상으로 떨어지는 진짜 한겨울을 예비하기 위해.ㅎ 집을 나서니, 과연 일기예보를 보고 따뜻한 옷을 입고 나온 보람이 있다. 날은 흐리고 바람은 쌩쌩 분다, 아이코, 코끝이 시리고 머리가 얼얼. 암튼, 오늘 옷입기는 성공! 서울에 있을 때, 나 나름 패셔니스타,였다. 남들이 (이상하다, 특이하다, 없어보인다...등등) 뭐래도 이 옷 저 옷 매치해..
토론토 생활 십사일째 _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오전엔 밍기적거리다가 등교했더니 정오가 다됐다. 점심 먹고 들어가자 싶어 밥 먹을 곳을 찾다가 45분 정도 헤맸다. 우여곡절 끝에 태국 식당에서 팟타이로 점심을 해결하고 학교 들어가니 오후 2시가 다돼간다. 서울에서 인터뷰해간 것 녹취를 풀고 책도 조금 읽고 메일도 한 통 쓰고... 그러다보니 금새 해가졌다. 가방엔 집에서 싸들고 온 잼 바른 식빵도 있었고, 집에 가면 밥도 2인분 쯤 있었는데, 괜히 마음이 허전해서, 학교 앞 맥주집으로 향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맥주집에선 눈이 튀어나오게 맛있고 동시에 비싼 생맥주를 팔았다. 흑맥주 한 잔, 노란맥주 한 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 취한다... 낮엔 맑고 춥지 않은 날씨라 점심 먹..
토론토 생활 십삼일째 _ 2009년 12월 1일 화요일 토론토 육개월 생활계획표를 만들었다. 이건 서울에서도 곧잘 하던 일이었는데, 공부가 잘 안되거나 뭔가 불안할 때 이렇게 계획표를 만들곤 한다. 서울을 떠날 때, 소기의 목적을 잘 이루고 돌아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때마다, 내 목적은 무엇일까, 살짝 떠올려보다가 말았다. 그 땐, 떠나는 일 자체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걸 오래 생각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목적에 대해선 오히려 여기 와서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여기 내가 온 목적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보다는, 여기 내가 왜 와서 이런 개고생이지?ㅋ 하는 질문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 어떻든,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다만, ..
토론토 생활 십이일째 _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어제 저녁에 를 읽다가, 뒤에 붙은 김윤식 선생님의 작품 비평을 봤다. (역시 대가의 소설엔 대가의 비평이 붙는 건가.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 비평도 참 재밌다.) 이 비평에서 김 선생님은 기억에 의존하여서만 썼다는 박완서 선생님의 이 작품이야말로 소설다운 소설임을 치하하며, 헤밍웨이를 인용하여 소설이란 '남에게는 받아쓰게 할 수 없는 기억'을 쓰는 것이라 설명한다. '남에게는 받아쓰게 할 수 없는 기억.' 소설다운 소설은 바로 이 기억을 묘사한 작품일 것이다. 내 생각엔, 논문다운 논문이라는 것도 바로 이 기억, 남의 글과 말을 빌려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기억을 학문적으로 써낸 글일 것이다. 그래서 좋은 논문이란 가장 주관적인 주제로부터 출발..
토론토 생활 십일일째 _ 2009년 11월 29일 일요일 오늘은, 느즈막히 일어나 오전엔 방 정리를 좀 하고, 오후엔 필요한 가재 도구를 사러 버스로 대여섯 정거장+도보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한국 마트에 다녀왔다. 마치 한국의 이마트를 비행기에 태워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마트를 한 시간이나 돌고돌며 세숫대야, 과도, 식기 세척 세제, 수세미... 따위의 자질구레한 것들을 좀 샀다. 사과도 몇 알 사고, 저녁으로 먹을 김밥도 사고, 순대와 감, 삼겹살 시식 코너를 기웃대며 좀 얻어먹기도 했다.ㅋ 서울에서 온지 이제 열흘 남짓 지났는데도, 마트에서 파는 한국 음식들을 보니, 입에 군침이 돌았지만, 가격이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 약 1.5~2배 정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면서 또 괜히 서글퍼진다. 여기 와..
토론토 생활 십일째 _ 2009년 11월 28일 토요일 토론토 도착 후 열흘을 살았던 게스트하우스를 떠나 새 '방'으로 이사를 했다. 새 '방'은 약 30평 가량되는 콘도미니엄(한국의 아파트와 비슷)의 마스터 베드룸이다. 욕실과 화장실이 딸려있고 침대, 책상, 서랍장, 책장, 화장대, 작은 냉장고까지 구비된 방. 조금 넓은 호텔방 같다고 보면 되겠다. 집세는 한 달에 800불로 한화로 따지면 90여만원 된다. 물가가 전반적으로 높지만 특히 식비와 집세가 비싼 토론토에서 월세 800이면 비싼 게 아닌 듯. 전에 살던 여학생이 방을 비워준 시각이 저녁 6시쯤이라 우리는 8시 넘어서 이사를 들어왔다. 열흘 전 서울에서 짐싸서 날아올 때와 같이 가방을 다시 싸고, 우리 몸 부피의 네 다섯배는 족히 될 만한 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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