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내는 휴일 하루, 조용하고 느리게 흘러간다. 빗소리를 들으며 늦잠자고 일어나 한낮엔 청소를 하고 늦은 오후엔 요리와 낮잠, 그리고 저녁 나절부턴 책상 앞에 붙어 앉아있다, 물론 진도는 느리다... 영작 숙제를 하다가 검색을 하던 중, 케이트 윈슬렛의 이미지들에 눈과 마음이 딱, 갖다 붙는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표정이 풍부한 얼굴, 빨강머리나 초록머리도 어울리는 하얀 피부, 적당하게 벌어진 어깨, 또 적당한 살집. 좋구나!ㅎ 출연한 영화들도 꽤 많다, 천천히 챙겨봐야지!(아, 신나)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9) 에이프릴 윌러 역 | 미국, 영국 | 드라마 | 감독 샘 멘데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8) 한나 슈미츠 역 | 미국, 독일 | 로맨스/멜로, 드라마 | 감독 스티븐 달드리..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맑은 여름 아침이 좋더군요. 볕이 짙어지기 전의 여름 아침은 맑은 유리에 비춰진 초록 나무 같아요.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합니다. 요즘은 매일 아침 기도를 하고 (이렇게 말하면 꽤 수행자 같지만 실은 뭐 별 것 아니라는) 계절 수업 강의 준비를 하느라 시간에 빠듯하게 쫓기고 저녁엔 거의 매일 맥주 한 잔의 욕구가 솟곤 합니다. 새로 이사갈 집을 구하러 다니느라, 마음과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요, 아, 행복하다 하고 느낄 새도 없이 곯아떨어지는 나날들이에요. 논문 관련 작업을 거의 못하고 있어서 이 생각을 하면 조바심, 불안감이 자꾸 생겨납니다. 이런 데다가 아, 영어 공부도 해야하는데... 까지 생각해버리면 마음은 어느새 저기까지 달려가곤 해요. 옛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새삼..
해가 길어 어둠이 오려면 아직도 멀기만 한 저녁, 얼굴과 이름만 아는 한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삶의 도처에 죽음이 있다는 진리를 새삼 피부로 오소소 느낀다. 문득,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내 것으로 남는 건 뭘까, 라는 의문문을 떠올려본다. 내 육신 조차도 내 것이 아닌 채로 묻히거나 태워지거나 썩어버리는 걸 생각하면, 아무 것도 남을 것 없는 삶이라는 게 깔끔하기도 하고 덧없기도 하다. 예상했든 아니든 죽음의 순간이 오면, 그 마지막 순간에, 나는 무엇을 붙잡으려고 할까, 가져가보려고 안달할까. 기억, 일 것 같다. 나의 뇌에 남아있는 어떤 순간들의 이미지들, 냄새들, 촉감들, 소리들. 유사 죽음을 체험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와 같이, 어떤 영상이 순식간에 나의 뇌에서 필름처럼 돌아갈 수도 있겠..
포털 싸이트에서, 여자 연예인의 과거 사진 같은 거, 뉴스에 뜨면, 나도 모르게 보게된다. 그러면서 쯧쯔, 한다. 어구, 완전 다 뜯어고쳤구만 이러면서. 좀전엔 어느 인디 여가수의 과거 사진 어쩌구 하는 게시물을 보고서, 홀딱, 배신감을 느꼈다, 얘 알고보니 안이뻤네! 이런 마음. 그동안 그 여자의 홈피에 종종 들러 생활을 찍어올린 사진들 보면서 세련되고 이쁜 외모에 마음을 좀 빼앗겼던 것이다. 배신감, 속았다는 생각, 그러면 그렇지... 하는 질투 비슷한 감정? 그런데 문득, 그 여가수가, 과거 사진 게시물을 본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다가 서늘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완전히 지우고 싶은 과거일텐데 그게 막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다니. 또 그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목소리나 노래실력은 예전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그의 목소리로 서술된다. 한나의 감정과 태도와 눈빛은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잘 드러나지 않는데, ㅇㅊ의 말처럼, 영화 속 윈슬렛은 무서울 정도로 한나를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소설보다 영화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에 대해 아쉬운 점은 독일어 영화였으면 하는 것. 미하엘(마이클)이 독일어로 오딧세이를 읽는 장면이 나왔다면, 더 생생했을텐데. 그리고 저자인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44년에 태어났고, 베를린 대학 법학 교수란다, 어쩌면 자전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읽은 건, 1999년 판, 역자는 같고, 출판사는 다르다. 오늘, 이상하게 피곤해서 일찍 귀가해서, 한달 전쯤 빌려뒀던 이 책을 폈는데, 단숨에 읽었다. 이상하게 몸에 열이 나서..
2007년 4월. 기록을 보니깐 2년 전인데, 잘 기억이 안난다. 내가 아닌 것 같다. 요즘 내 기억은 2008년 9월 이후, 그 언저리만 분명하다. 그 앞뒤로는 윤곽이 없는 그림 같다. 권여선의 를 자정 넘어 다시 읽었다, 어제. 책날개에 내가 쓴 메모를 보니 작년 3월에 사서 읽었는데, 기억속에선 그 시점도 흐릿하다. 사랑을 믿었던 그녀는 그 믿음을 놓아버리고 눈빛이 달라진다. 의 첫 부분도 그렇게 시작된다, 눈 속에 뭔가 다른 것이 들어와버린 소녀의 이야기. 어쩌면, 나는 늙어버린 것 같다. 내 눈에 새로 생긴 어떤 빛깔처럼 어느새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는데 그걸 잘라버리지 못하고 있다. 싹둑 자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유품을 가방 속에 챙겨두는 것처럼 그냥 지니고 산다. 셀카를 찍은지 꽤 오래되었다..
1) 오전 내내 놀았다, 간만에 여덟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 세수도 안하고 빈둥대니까 참 좋았지만, 2) 유월엔 나무의 그늘이 짙어진다, 이 계절에 태어났다는 게 점점 마음에 든다, 누구나 죽음의 날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열두달에 비유한다는 게 허망하긴 하지만, 지금 내 나이는 몇월 정도일까 가늠해본다, 꽃이 만개하던 때는 이미 지난 것 같은데, 아직 나무의 그늘이 짙어지기는 전인가 아닌가, 하면서, 3) 지난 일요일 밤, 집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서 저녁을 먹고 귀가하려던 차, 대학 동기 ㅇㅅ이를 만났다, 나는 너무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데 녀석은 시큰둥 하더라, 그래도 전화번호를 따내고 문자를 보내고, 곧 만나자, 성긴 술약속도 잡아두었다, 같은 과 남학생 중 몇 안되는, 길에서 만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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