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을 시작한지 2주짼데, 아직 적응이 안돼서, 어젠 잠 들기 전에 막 쫌 짜증이 났다. 일찍 일어나 서둘러 집을 나서면서 시작하는 아침이 괜히 마음에 안들었다고 할까?(별 게 다 짜증ㅋ) 근데 막상 운동 끝내고 샤워하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근사한 기분에 웃음이 난다. 오늘도, 며칠째 계속되는, 반짝반짝 바삭바삭한 날씨. 하늘은 높고, 시야는 맑고, 저 멀리 산자락이 빛나도록 밝다. 이렇게 건조하고 맑은 날엔 마음 속 습한 기운도 바삭!하니 마른다. 이른 아침의 도서관은 차분히 가라앉아있고, 진한 모닝 커피 마신 후의 내 머릿 속도 쨍하니 맑다. 반짝반짝 바삭한 아침. 일년 중 몇 날 안되는 이런 날씨. 아, 좋아 :-)
5루피가 만든 기적, 스리랑카 여성은행 가난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여성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서윤미 ▲ 20주년을 맞은 스리랑카 여성은행은 여성경제공동체다.여성경제공동체인 ‘스리랑카 여성은행’(스리랑카여성개발서비스협동조합 Women's Development Services Cooperative Society Ltd)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7월초 한국의 주거권 관련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와 비닐하우스 지역주민 한 분과 함께, 20주년을 축하하고 여성은행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접 보기 위해 스리랑카를 방문했다. 스리랑카 여성은행은 1989년 22명의 여성들이 모여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2007년에는 3만 7천명, 2009년 현재 스리랑카 전체에서 150개 지점에 6만 5천명에 이른..
* 어제 저녁 양꼬치 집에서 ㅈㅅ언니와 나눈 대화는 너무 오랫만이었고 그래서 자극이 됐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고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쓰다가 IT 회사에 취직해서 9년이나 근무, 급 퇴사 후 복학한 언니는 이제 더이상 시장이나 회사가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만을 위해, 내 가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이야기. 이런 건 대학교 4학년 가을 즈음 진로 고민하다가 하는 이야기 아닌가. 이걸 서른일곱살 가을에 하다니, 그것도 저렇게 두루뭉수르하게. 그런데도 자극이 됐다. 그것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담아두고 꺼내보기 힘들어했던 것이기도 하고, 거꾸로, 요즘들어 내내 고민 중인 '잘 쓰이는 일' 혹은 '유기적 지식인'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
"이 식민지 현실에 발딛고 선 여성을 잘 그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난 경원씨가 씩씩한 여자라서 좋았다. 하늘을 날으는 당찬 꿈을 그 때 그 시절 품고 있었다는 건, 얼마나 대단하고 매력적인 일인가." - 2006년 3월 20일 내 블로그에서 나는 의 '나난'보다도 의 '경원'이 더 좋았다. 돌아보니 그렇다. 이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장진영은 빛이 났다. 그가 그리워질 때, 문득 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말하자면 이 영화 속의 장진영,이 바로 내가 기억하고 싶은 그의 모습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후에,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할 몫은 애도와 기원을 넘어 그의 삶과 존재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과 찬사이다. 그것이야말로 죽음을 그저 상실로, 부재로 환원시키지 않은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한 문장 한..
아이들은 취약하다. 돌보지 않는 아이들, 버려진 아이들의 현실은 그래서 비참하다. 클로즈업으로 일관되는 종반 직전까지의 앵글이 불편했다. 그 취약하고 비참한 존재들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이들의 눈, 입, 코를 쓸어내곤 하는 손 버릇. 불안하고 배 고프고 보살핌도 결핍된 아이들은 쉽게 울지도 못한다. 그래서 벌을 서던 진이가 엉엉 울 때, 오히려 마음이 시원해진다. 사실 나는 불꺼진 방안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진이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몇 장면에서 그 나이 또래의 내가 오버랩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장면에서 흐드득 눈물을 떨어트렸을 텐데, 왠일인지 안그랬다, 그저 한숨만 쉬었을 뿐. 그렇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어딘가에서 또다른 불안과 죄책감을 짐지고 있었을 그 아이들의 엄마가 함께 떠올..
훌쩍, 다섯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해남에 가서 하룻밤 자고 휙, 돌아왓던 지난 이월의 어느날. 일요일 아침 동네 작은 교회에 가서 몇 분의 촌부와 예배를 보았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흙으로 지은 아담한 예배당 온돌방에 앉아 소박한 나무 십자가 아래에서 찬송가를 부르니 좋았다. 천국에 가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이곳이 바로 행복의 장소요 시간이라는, 젊은 목사님의 설교도 좋았다. 돌이켜보면,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먹고 눈을 떠도 감아도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던 지난 겨울이었다. 겨울만 지나면 봄날만 오면 나아질거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계절. 그 땐 절대 예상하지 못했겠지, 지금 제법 나아진 내 모습을 말야. 그러니, 언젠간, 돌아보고 그리워하는 일이 괴로움만은 아닐 수 있겠구나.
부르키나 파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완전히 지친 몸을 실었던 빠리행 비행기에서 가장 흥분하며 기대했던 장소는 몽마르뜨 언덕이었다. 빠리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작은 언덕, 바람은 가만히 불고 하늘은 푸르고, 그 잔디밭이나 계단에 앉아서 잠시 땀을 식혀도 좋을 것 같았다. 그 런데 내 상상 속 몽마르뜨는 지하철역에서 나오면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언덕에 오르는 길은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했고, 아이스크림이며 크레뻬 가게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특히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 어딜 돌아봐도 보이는 한국인들. 언덕길을 올라가니 몽마르뜨 언덕 잔디밭과 계단에는 더위에 지쳐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거리 공연을 하는 팀 몇이 엠프 볼륨을 가득 올리고 있었고 관광객 대상의 잡상인들도..
올여름에도 제모할 때마다 이걸 깎아?, 말아?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그러셨다, 항상 접혀있어서 살들이 부대끼는 곳에는 털이 나기 마련이라고. 그래야지 땀과 같은 분비물이 나와도 살이 짓무르지 않고 냄새도 적게 나는 거라고. 그러니 쓸데없이 면도하지 말고 당당히 털 드러내고 다니라고. 내 친구 ㅅㅌ은 겨드랑이 털을 깎지 않은 채로 끈나시 티셔츠를 입고 지하철을 탔다가 미친* 취급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도 그녀는 웃었다, "내가 털을 깎든지 말든지 지네가 무슨 상관이야!" 하고 호탕하게 외치며. 미시적인 부분까지 감독하고 규율하는 권력일 수록 나 자신에게 깊이 내면화되어 있는 법. "필요하니 나 있는 털을 깎으면서까지 남의 눈치 보고 살아야하는 거야?" 라고 묻는 자아는 ..
내일 중요한 면접이 있어서 준비를 해야하는데, 영결식과 운구차 이동을 중계해주는 티비 뉴스 앞에 딱 붙잡혀 있다. 방금, 이희호 여사가 시민들에게 인사말씀을 한다. 남편의 유지를 언급하며 인삿말을 마무리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중간중간에 놓인 수많은 마무리 중 하나이구나. 죽어서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그 삶이 다시 보여지는구나. 죽음은 그 삶을 비춰주는 거울이구나.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노인 김대중 선생님이 이런 일기를 남겨서 참 좋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죽음 이후 남겨진 이 문장이 삶과 죽음을 모두 아름답게 만들어주어서, 참..
오늘, ㅅㄹ이 떠났다, 영국으로. 서울 생활도 운동도 지겨워진 어떤 시점부터, 용감하게도 혼자 여기저기 다니며 농삿일을 배우더니, 못생겼지만 무농약의 수확물을 소포로 부치곤 하던 그녀가 영국의 친환경 마을에 가서 식물 기르는 걸 배워온단다, 아니 안올지도 모른단다. 아침에 전화를 했는데, 공항의 분주한 소음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물에 젖었다. 그렇게 멀리 오래 떠나는 건 처음이라 혼자 계신 어머니와 이별하는 일이 못내 무거운가 보다. 그러면서도 "건강하게 잘지내, 잘 다녀올께" 하는 목소리가 단단해서 좋다. 그런데 뭐지, 이 허전함은. 최근엔 몇 달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할 정도로 소원했는데, 그런데도 막상 그녀가 서울에 한국에 없다는 게 참 허전하다. 언제나 길을 떠나는 건 '언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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