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러 간 집 거실에 사석원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검은 바탕에 컬러풀한 쏘가리 한마리가 화면 가득 그려져있었다. 보는 순간, 그 그림이 탐났다. 미술관도 아니고, 남의 집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고 이거 가지고 싶다, 하고 생각하긴 처음.ㅋ 그래서 집에 돌아와 사석원의 작품들을 좀 찾아봤다. 첫번째 그림이 그 쏘가리 그림이랑 제일 비슷하다. (그래도 생동감은 쏘가리 그림이 더) 두번째 그림도 좋다. (우리집 서재는 벽들이 책장으로 채워져있어 그림 걸만한 곳이 없긴 하지만) 둘 다 서재에 걸어두면 좋겠다 싶다. 노트북에 코 박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저 그림들을 보면 머리가 좀 쌩쌩해질 것 같다. 마지막 그림은, 흰당나귀도 아니고 눈도 쌓여있지 않은데 괜히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생각났다. ..
며칠 전, 이번 학기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이 나의 성장과정이 궁금하다며 이야기해달라고 했을 때, 내가 별 머뭇거림 없이, 그리고 별 감정의 동요없이, 어린시절 여자아이로서 차별받은 경험과 가난의 상처들과 엄마의 교육열을 술술술술 얘기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예전엔 어린 시절의 어떤 것들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우울하고 슬펐는데. 십년 전, 어떤 글에서 나의 성장과정과 대학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제법 구체적으로 써본 적이 있고, 학생들 앞에서 몇 번 내가 왜 이런 저런 것들에 관심을 두고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어린시절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의 대상이 아닌 사회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된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분석의 결과물로서..
1. 지난 밤엔 간만에 늦게까지 깨어있었어요. 자정 쯤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잘안되더라구요. 한참 뒤척이다 벌떡 일어나 작은방에 책 들고 가서 좀 읽었어요. 영문판을 좀 보다가, 간만에 박완서가 읽고싶어져서 을 다시 봤습니다. '시'와 '사치'로 전쟁을 견디고, 서로에 대한 몰두의 힘으로 궁벽을 견뎠던 젊은 연인의 시간들. 오십년이나 지난 뒤 그걸 다시 돌아보는 노인의 시선이 서늘하고도 뜨거웠어요. 박완서 특유의 냉정한 성찰의 말들은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더군요. 그래도 사랑이야기라 그런지 마음이 노골노골해져서, 이내 긴장이 풀리고 졸음도 밀려왔답니다. 2. 어제 저녁엔 용산참사 2주기 추모 문화제에 갔어요. 서울역 광장에 모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고 날씨는 무지 추웠습니다. 참사가 일어..
간만에 트위터 계정을 로긴했다. 사람들이 남긴 두 세줄의 글들이 새삼 낯설다. 로긴해서 머무는 2~3분 동안 맨션이 자꾸 날아든다. 짹짹, 새소리를 내며 도착하는 말들에 나도 모르게 쫓기는 기분. 한동안 가지 않았던 동네 빠른 말의 속도에 조금 지친다. 페이스북에 접속해서도 대체로 그냥 보는 편이다. 저녁이나 밤에 로긴을 해보면, 하루에도 100여개씩 새로운 글들이 업데이트된다. 짧은 글이지만 그 글들에 담긴 정서와 행간의 의미까지 보다보면 내 이야기를 쓸 여유는 어느새 달아나버리곤 한다. 예전엔 블로그에 자주 와서 글을 남기곤 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잘 안한다. 소셜 네트웤 시대의 필수품이라는 스마트폰도 없으니, 삶이 너무 아날로그적으로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실상은 별 불편이 없다. 다만 조금..
몇 달 만에 카메라 속 사진들을 끄집어 냈다. 카메라를 늘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찍은 사진은 몇 장 안된다. 그 시간동안 뭘 하고 다녔는지 문득 흐릿하다. 이천 십년의 가을과 겨울이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 기분이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와 끝나지 않은 더위에 헥헥 댔던 게 생생한데 어느새 겨울, 눈이 내린다. 토론토에서 산 털장화를 꺼내신고 학교 안을 자박자박 다닌다, 눈에 덮힌 교정은 흑백의 유화같다. * 내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동경의 다른 표현이라는 걸 오늘 알았다. 다짐이나 결심 이외의 언어로도 나와 대화 나눌 수 있는 법을 2010년 겨울 처음 알았다. 몸은 여전히 부실하고 마음도 단단해지려면 멀었지만, 지금 이대로 뭐 좀 괜찮다. 이렇게 한 해를 보내도 나쁘지 않구나, 싶다.
어느새 십년이 되었더라, 비염을 앓은 게. 소개받아서 간 8체질 한의원에서 비염치료를 위해선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은 딱 '끊어야' 된단다. 왼쪽은 금기 음식, 오른쪽은 나름 연구해서 만들어 본 대체 음식. 제일 아쉬운 건 커피와 밀가루 음식. 아, 맥주도. 돼지고기 보리밥, 보리차, 맥주 커피 찬음식: 아이스크림, 팥빙수, 차가운 물 밀가루 음식: 과자, 빵, 전, 국수 바나나, 감, 복숭아, 딸기 생선, 회, 조개류, 갑각류 닭고기, 오리고기, 쇠고기, 양고기 보리제외 잡곡밥, 옥수수차, 소주, 와인 홍차, 대추차, 생강차 따뜻한 음료 떡, 고구마, 감자, 땅콩, 쌀국수 사과, 귤, 토마토, 포도 김, 미역, 다시마
(사진 바꿨음. 2010.10.18. ... 이 사진 가지고 미용실로 달려ㄹㄹㄹ) 지난해 가을부터 꿈꿔왔던 헤어스타일이 있는데... 그건 '아줌마 파마.' 짧은 머리카락에 보글보글 볶은, 감기도 관리하기도 편한 그러면서 약간 전복적이기까지 한(?) 그런 느낌...ㅎ 근데 오랜 여행중이라 미용실 가기 어려웠고, 돌아와선 너무 더워 일단 커트로 자르기만 했다. 요즘은 파마할 돈도 시간도 없어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강동원님의 헤어스타일 보니깐 욕구가 불끈. 근데 동원님 파마는 베이비 펌,이란다. 같은 파마도 아줌마가 하면 아줌마 파마, 연예인이 하면 베이비 펌??? 암튼, 이쁘시구나. 흐흐. ! 이런 스타일도 가능하구나!ㅎ
날씨 좋은 주말, 학교 가는 길도 운동삼아 걸어보자 하다가 등산 모자와 운동화, 편한 바지와 후드 짚업 가디건을 갖추고ㅋ 산길 따라 등교했다. 비교적 경사가 없는 오솔길을 40분쯤 걸으니 연구실 근처 순환도로에 도착. 이 길은 삼년 전 쯤 찾아냈던 '환상의 등교길'인데, 그동안은 늘 마을버스 타고 혹은 큰 길 따라 걸어 등하교를 했었구나. 새삼 이렇게 좋은 길을 두고 보낸 시간이 조금 후회가 되는군. 날씨가 좀 덥긴 했지만 혼자 걷는 산길은 어느 공간보다 평화롭다. 오늘은 특히 새소리,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가 좋더라. 적당히 땀에 젖은 채로 학교 식당으로 직행, 이천오백원 짜리 점심과 아이스커피 한잔도 딱 좋았고.
- Total
- Today
- Yesterday
- 켄싱턴 마켓
- 선련사
- 박완서
- 영어
- 졸업
- 인터뷰
- 엄마
- 일기
- 봄
- UofT
- 토론토
- 감기
- 인도
- 교육대학교
- 일다
- 여행
- OISE
- 논문
- 기억
- Toronto
- 열등감
- 맥주
- 봄비
- 일상
- Kensington Market
- 아침
- 교육사회학
- CWSE
- 토론토의 겨울
- 가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