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법 친하게 지내던 꼬맹이가 있었다. 둘이 만나 한강 라이딩도 하고, 술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만나기만 하면, 얘기만 나누면, 눈만 마주치면, 죽이 잘맞아서 깔깔 많이 웃고, 같이 (취해서)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이 꼬맹이가 나를 피하고, 만나도 눈도 안맞추고, 연락도 뚝 끊어버리더니, 결국엔 말도 않고 훌쩍 유학을 가버렸다. 그래서 한동안 그 꼬맹이 때문에 좀 아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걔랑 친했던 시간들을 좀 까먹을 즈음, 미국에 있던 꼬맹이와 인터넷 채팅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미국은 밤, 여긴 낮이었는데, 밤의 감정을 잔뜩 묻혀 이렇게 말하는 거다: 그 때, 내가 언니를 싫어했던 건, 당시의 언니는 내가 좋아했던 언니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지..
간만에 일찍 집에 들어와 8시 뉴스를 보다가 얼핏 잠이 들었다. 잠깐 잤는데 꿈 속에서 엄마랑 두런 두런 이야기를. 그러다 잠이 깨는 순간, 아, 엄마가 더이상 내 곁에 없지, 하는 걸 알았다. 일어나 앉았는데, 아직도 이런 착각 하는구나, 내가, 하면서 눈물이 주루룩. 그 다음엔, 꿈 속에서 만난 엄마가 그리워져서, 오랫만에 한참을 울었다. 부재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이 섞여서 눈물이 되었다. 그리곤 눈에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채로 수업 게시판에 들어갔는데, 수강생 둘이서 게시판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아웅다웅. 그걸 보는데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는다. 눈에 눈물을 달고서, 흐흐흐. 이렇게 그리워하며 앉아있다는 거, 내가 죽는 날까지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거, 슬프지만, 난 또 이렇게 웃는..
선물 받았다, 아래 기도문. 읽고있으니 캐내디언 록키, 원래 그들의 고향이었을 북미 대륙이 떠오른다. 기도문이 전부 너무나 이쁜 말들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반짝거린다. --------------------- 밤과 낮을 쉬지 않고 운행하는 어머니 대지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은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 노래의 호흡이 ..
나눔의 장에서 나는 G와 M이 좋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좋아졌는데, 재미있는 건, 나는 참 무심한 척 굴었다는 거. 한 번도 그들에게 다가가 먼저 웃지 않았고 반가운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저 내 시선과 신경이 그들에게 가있었을 뿐. 돌이켜보니, 나는 늘 그들이 어디서 뭘 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 날, G가 나를 안으면서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줬다. "너를 보면서 우리 딸 생각이 많이 나더라." 그 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내가 좋아하는 그가 나를 안아줘서 반가웠는데, 그 순간의 내 마음은 왠지 서러웠다. 당혹스러움. M도 나를 안아주며 토닥였다. "그렇게 씩씩한 척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근데 그 순간에도 나는 울먹했다. G가 안아주었을 때와 비슷하게, 반가우면서도 서러웠다. 이 서러움의 ..
남동생의 이쁜 딸래미가 태어난지 어느새 일 년. 그 녀석 돌잔치 덕분에 오늘, 식구들이 모였다. 잔치 자리에서 든든하게 저녁 먹고, 집에 와서 간단히 한 잔, 그리고 찐하게 또 한 잔 하고 집에 들어오니 두시 반이 넘었네. 아, 나 디게디게 피곤한데, 하는 생각 너머로 살뜰한 식구들에 대한 애정이, 술 한잔 한잔 기울이는 그 순간을 빛나게 만든다. 내가 태어날 때의 시점으로부터 가까운 미래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서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실컷 풀어낸 이 밤의 이 기분. 세수 하고 이 닦고, 내 로션을 이모랑 나눠서 바르는데, 이모가 이렇게 말한다. "난 이런 향기는 좀 외로워서 싫어." 아니, 향기가 외롭다니! 내 머리를 쾅 흔들어대는 이 표현!@.@ 날은 점점 봄으로 가고있고, 이모는 좀더 달콤한 향기..
가끔, "아, 이 대화를 몽땅 녹음해서 기록해두고 싶다" 하는 그런 대화가 있다. 내 마음과 생각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주는 키워드를 던져주는 대화, 서로가 서로에게 공명해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대화, 간질간질 웃음과 말하는 재치가 넘치는 재미있는 대화, 내가 원하는 바로 그 부분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와 위안의 대화. 오늘, 마주앉아 밥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의 이야기가 식탁 위에서 자주 쨍- 하고 부딪히는 바람에 내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다. 이야기 말미에 얻은 어떤 통찰은 머리를 환화게 만들었다. 아, 시간이 있다면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며 돌아서는데, 마음이 따끈해졌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지혜를 얻었고, 위로를 덤으로 받았다. 고맙다, 그리고, "인간을 그리워할 수 있단 건 대..
식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얼른 아침 맛나게 먹어야지! 하고, 저녁 먹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수퍼 들러 과자를 사오고, 과일이며 견과류, 꿀과 인삼까지... 집에 있는 먹을 것들을 마구마구 먹어치우고 있다. 덕분에 체중이 일주일 만에 1kg 늘었다. 속이 좀 꺽꺽, 하고 몸이 좀 무겁긴하지만, 간만의 식탐이라 좀 신기하기도 반갑기도 한 기분, 아직은. 이렇게 혀의 감각에 충실하게 살고 있는 요즘, 내가 헬렐레 좋아하는 음식들 좀 기록해두자, 하며 [음식열전] 시리즈를 시작. (언제까지일진 모르지만) 오늘은 그 첫 순서, 궁극의 누들(the ultimate noodle). 다음 편은 '영혼의 음식(soul food)' 편이 준비돼 있어욤. ^-^ 사진 출처: http://m.r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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