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닫은 상점 길게 늘어진 카페트 갑자기 내게 말을 거네. 난 중동의 소녀 방안에 갇힌 14살 하루 1달러를 버는 난 푸른빛 커피 향을 자세히 맡으니 익숙한 땀 흙의 냄새 난 아프리카의 신 열매의 주인 땅의 주인 문득, 어제 산 외투 내 가슴팍에 기대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네. 내 말 좀 들어 달라고 난 사람이었네. 어느날 문득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자본이란 이름에 세계라는 이름에 정의라는 이름에 개발이라는 이름에 세련된 너의 폭력 세련된 너의 착취 세련된 너의 전쟁 세련된 너의 파괴 붉게 화려한 루비 벌거벗은 청년이 되어 돌처럼 굳은 손을 내밀며 내 빈 가슴 좀 보라고 난 심장이었네. 탄광 속에서 반지가 되어 팔려왔지만 난 심장이었네. 어느날 ..
잘 다녀왔다, 이 주간 한번도 안 아팠고, 백번쯤 환하게 웃었던 것 같다, 좋은 친구들도 사귀었고, 먹는 건 뭐든 꿀맛이었고, 밤이 되면 피곤에 쩔어 곯아떨어질 수 있는 날들이었다, 좋았다. 그래도, 내내 나를 괴롭히던 건, 끔찍하게도, 엄마의 부재였다, 그 먼 곳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던 그 현실 감각은, 나를 갑자기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했고, 까닭없이 눈물이 쏟아져나오게도 했다. 아프긴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면, 좋은 연습을 했다 쳐본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 마음 속에 한 가지 그림이 생겼는데, 한 오년 뒤, 조금 자란 딸을 데리고 그곳으로 다시 가는 그런. 힌디를 배우고 불가촉천민 여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줌마가 된 나. 학위 논문 쯤은 먼지 가득 쌓인 책장 어디쯤 꽂아두고, 온통 ..
는 올가을 혼자 어두운 극장을 찾아들어 본 첫번째 영화.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극장에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아무 영화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고른 거였다. 어떤 영화라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약아빠진 나는 김혜수와 박해일을 믿었을 테다, 아마도. 그리고 뜻밖에도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이 영화에 대한 리뷰 중 고개를 가장 많이 주억거리게 만든 글. 김소영 교수의 다른 글들은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이 글만은...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12462 나도, 김혜수가 가장 안타까웠다, 그녀에 대한 내 기대는 무척이나 컸단 말이다. 하여, 아래 부분에 적극동의함. "조선 독립운동을 지하에서 ..
어젯밤, 늦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으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씻고 불도 끄고, 그냥 자기가 왠지 아쉬워 켠 티비. 덕분에, 영화 의 뒷부분을 보고 잤다. 이 영화는 주변 여자들의 추천으로, 삼년 전쯤 휴일, 혼자 비디오로 빌려봤던 영화다. 다시봐도 좋더라. 이 영화에서 김정은은 참 아름답다. 김정은표 '과장+귀연척 연기'가 말끔히 씻겨서 참 담백하다. 아마도 직관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는 서른살 여자 인영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덕분일 게다. 적절하게 섞여들어간 퐌타지도 좋았고(특히 석이랑 키스하면서 인영의 몸이 부웅 뜨는 그 장면!), 낮고 소박한 인영과 정우네 집도, 언젠간 저런 집 마루에 서재를 꾸미고 살고싶을 만큼, 좋았다. 눈물 나오게 속상한 삶을 살아가는 식구들도 없고, 당장 먹고..
감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음에도, 저녁 약속에 나갔다, 이번 학기 수강생들과의 수업 뒷풀이. 나 때문에 이리저리 날을 피해 잡은 약속이라 와병 중이라고 안나가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보고싶었다, 이번 학기 학생들에겐 이상하게 애착이 간다. 오늘은 왠일인지 술이 홀짝홀짝 잘도 넘어가고 안주도 맛났다. 대화의 주제가 여기저기로 넘어가면서... 수다를 한참 떨었더니 자정이 넘은 시각이 되었다. 술값을 치르고 지하 술집에서 거리로 나오니 온통 눈에 덮힌 거리, 가로등에 반짝이는 함박눈이 막 날린다. 히히, 눈오니 좋다, 했더니, 선생님 아직 어리시군요!...하는 학생들. 눈 한번 흘겨주고, 안녕~ 했다. 집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눈 위를 구르는 자동차 바퀴의 조심스러운 ..
몇날 며칠 잠도 밥도 제대로가 아니던 그 몇주동안에는 이상하게 감기도 들지 않았다. 그러고는 어제 덜컥 목감기가 왔다, 침을 삼키면 아프고, 열이 나는. 토요일 저녁인데 동거인은 밤외출 중이고 몸은 아프고 저녁은 라면으로 대충 떼웠는데도, 이상하게 씩씩한 기분이 든다, 예전부터 내 속 깊은 곳에 보관해두었던 에너지가 퐁퐁. 논문은 점점 더 발전시키면 되고 마음 속 크고 검은 구멍도 그 자체로 익숙해질 거다. 아프면 앓고 슬프면 울고 지치면 쉬고. 다만, 지금 필요한 건, 크고 달고 시원한 사과 한알과 눈알 나오게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 한편 정도.
다음 까페 중에서 '베스트드레서'라는 데가 있다. 여기 가입한지 한 반년 쯤 됐다. 패션과 관련한 온갖 정보들이 망라돼있는 공간이랄까. 물론 전국 각지의 언니들이 이 까페의 회원들. 최신 패션 동향에서부터 헐리우드 및 한국 스타들의 패션 경향, 자기 옷장에서 자랑하고 싶은 옷들, 심지어는 뭘살까 고민되는 옷들까지 이 까페에 올려두면, 재기발랄한 언니들끼리 애정어리고 재치있는 덧글들이 오간다. 처음엔 와, 이런 곳이 있나 싶어 자주 들락거리다가, 요즘은 가끔 들어간다, 뭔가 하기 싫은 일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을 때랑 웃고 싶을 때.ㅎ 이 까페에 worst dresser 라는 이름의 게시판이 완전 보물이거등. 오늘 들어가서 웃음이 빵, 터진 사진은 아래의 두개.ㅋㅋㅋㅋ 사실, 사진 아래 댓글이 더 ..
"그럼 과 사이의 주지훈의 마음 상태는 어떤 것이었나?" "그걸 지금에서야 깨닫는데 적응을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연기자가 되고, 드라마가 잘되고, 이런 변화들에 대해 적응을 너무 못했던 거다. 이제야 깨닫는 걸 보면 적응하는 데 3년 걸린 셈이다. 워낙 남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데도 어쩔 수 없더라. 말 많은 이쪽 세계가 어린 나한테 굉장히 상처였던 것 같다. 그 때문에 내 내면이 굉장히 어두웠고 도대체 누구의 기준으로 사람의 착함과 그렇지 않음을 나눠야 하는지, 무엇이 선과 악인지 심하게 고민했다. 그럴 때 을 선택했고 그 작품이 끝난 다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 고민이 풀렸다. 를 선택할 무렵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상처를 가졌지만 겉으로는 잘 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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